중국본토 부자들, 홍콩으로 몰려든 > Business

중국 본토인들이 가난과 전쟁, 공산주의를 피해 구룡반도의 슬럼가로 몰려들던 때가 있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이 지역에서 수영장을 갖춘 호화 아파트에서 항구의 풍경을 즐기며 살고 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금 이 지역을 향한 본토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신흥 부자들의 구룡 지구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 지역이 홍콩에서 최고급 아파트 지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홍콩의 최고급 주택가로 불리는 피크와 미드레벨 지구를 무색케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적인 주택 보다는 호화 물건을 선호하고 있고, 구입 대금도 선뜻 현금으로 지불하는 본토 부자들은 최근 홍콩에서 분양된 고급 주택 가운데 최고 40% 까지를 사들인 것으로 부동산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호화 주택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거주 자격을 얻기 위한 투자가 이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 자치정부는 지난 2003년 최소한 650만 홍콩달러(미화 약 84만 달러)를 홍콩 내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임시 거주권을 주고, 7년의 임시 거주가 지나면 영주권을 얻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회사 센터라인은 본토 투자자의 거의 3분의 1 정도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징(南京) 출신으로 3년전 구룡지구에서 방 3개 짜리 아파트를 구입해 세를 놓고 있다는 한 본토 여성은 "이주와 투자 목적"을 이유로 들면서 "자녀들에게 좋은 생활과 교육 환경을 주고 싶다"며 장차 이주해 살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그룹인 CB리처드 엘리스에 따르면 홍콩의 호화 부동산 가격은 올들어서만 25-28% 상승했다.

중국 본토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붐을 이루고 있지만 홍콩이 본토에 비해 낮은 부동산 세금을 매기고 있고 사유재산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본토인들이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구룡지구에서 최근 최고급, 초고층 아파트로 관심을 끈 "컬리난 트윈타워"가 분양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본토인들의 이같은 열기 덕분이다.

트윈타워에서는 펜트하우스 2채가 미화 3천850만 달러(한화 약 43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공중 정원과 수영장이 달린 371㎡의 이 펜트하우스가 팔려나갈 경우 홍콩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이자 3억 홍콩달러를 초과하는 최초의 아파트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1㎡당 7만5천 홍콩달러에 달한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인근에서 분양된 "더 아치(The Arch)" 80층에 위치한 아파트로 2억2천500만 홍콩달러에 팔렸었다.

컬리난 트윈타워와 더 아치는 구룡역 주위의 매립지에 들어선 신개발 단지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어 편리한 교통편과 고급 디자이너 숍들이 입주한 거대한 쇼핑몰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특히 본토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컬리난 트윈타워의 경우에는 수영장과 사우나, 체육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최고 일류 요리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석 가량의 연회장까지 구비해 놓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는 8%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홍콩 경제는 3.5∼4.5%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부동산 개발업자들로서는 본토의 신흥 부자들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사활이 걸려있다. 때문에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중국 본토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로드쇼에 나서고 있다.

홍콩에 투자하는 본토의 신흥 투자자들도 예전에는 상하이와 베이징 출신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항저우(杭州)와 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방 도시 출신들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위클리홍콩 10월 9일자 )